1분봉 데이터가 2024년 4월 이후분만 남아 있었다
자동매매 전략을 실거래에 투입하기 전에는 과거 데이터로 되돌려 확인하는 백테스트를 거칩니다. 문제는 한 시기의 데이터만으로 검증하면 그 시기의 우연한 흐름을 전략의 실력으로 착각할 위험이 있다는 점입니다. 2022년처럼 시장 전체가 내려가는 하락장, 2023년처럼 방향 없이 오르내리는 횡보장, 2024~2026년의 상승장까지 서로 다른 시장 국면(레짐)을 다 걸쳐야 그 전략이 진짜인지 아닌지 가려낼 수 있습니다.
검증 대상 전략은 급등 국면에서 신호를 잡아 짧게 들고 있다가 정리하는 방식이라, 시장이 오르기만 하는 구간에서는 성과가 부풀려지기 쉽습니다. 하락장·횡보장·상승장을 모두 통과해야 우연이 아니라는 확신이 생기는데, 정작 그 세 구간을 전부 포함하는 1분봉 데이터가 없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의 출발점이었습니다.
1분 단위 가격 데이터(1분봉)를 확인하니 2024년 4월 18일 이후분만 남아 있었습니다. 증권사 데이터 제공사(크레온)가 1분봉을 최근 2년치만 보관하는 롤링 방식을 쓰고 있었고, 이 때문에 2022년 하락장과 2023년 횡보장 구간의 1분봉은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무료로 구할 수 있는 다른 데이터 소스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5분봉으로 대신 검증하면 되지 않을까?
같은 데이터 제공사에서 5분 단위 가격 데이터(5분봉)를 확인하니 사정이 달랐습니다. 5분봉은 5년치 창을 유지하고 있어 2021년 4월부터 2026년 5월까지, 2,689개 종목분이 디스크에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 구간이면 2022년 하락장과 2023년 횡보장을 전부 포함합니다.
1분봉으로는 막혀 있던 여러 국면 검증을 봉의 단위만 5분으로 바꾸면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 이게 처음 세운 가설이었습니다. 백테스트를 돌리는 프로그램(러너)에 이동평균 기반 추세 필터(커밋 180b7da)와 다음 봉 시가 진입 로직(커밋 12e262f)을 추가해 5분봉 검증을 준비했습니다.
이동평균 기반 추세 필터는 시장이 뚜렷한 하락 흐름일 때 신규 진입을 걸러내는 장치이고, 다음 봉 시가 진입 로직은 신호가 뜬 즉시 체결된다고 가정하지 않고 한 박자 늦춰 체결가를 계산하는 장치입니다. 두 장치 모두 5분봉 검증 자체보다는, 나중에 이어질 체결 현실성 검증에서 다시 중요하게 쓰이게 됩니다.

5년치 5분봉으로 돌려보니 −69%였다
2021년 6월부터 2026년 5월까지 5년치 구간을 5분봉으로 백테스트했습니다. 리스크 필터를 끈 기준선은 −88%, 시장 국면을 걸러내는 필터(레짐 필터)를 강하게 적용한 버전도 −69%였습니다. 최대낙폭(MDD)은 −75%에서 −92% 사이로 나왔고, 수익률 신뢰구간은 완전히 마이너스 영역에 있었습니다.
숫자만 보면 이 전략은 여러 시장 국면 중 적어도 하나를 통과하지 못하는 셈이었습니다. 강세장에서만 우연히 좋아 보였다는 의심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여기서 '리스크 필터를 껐다(off)'는 것은 신호가 뜨면 그대로 진입한다는 뜻이고, '강하게 적용했다(hard)'는 시장 국면 필터까지 통과해야만 진입한다는 뜻입니다. 두 기준을 나란히 보면 필터가 손실을 얼마나 줄여 주는지, 그리고 필터를 최대한 강하게 적용해도 못 버티는 구간이 있는지를 함께 가늠할 수 있습니다.

시장이 나빴다는 결론, 정말 맞았을까?
레짐 실패로 결론짓기 전에 같은 기간을 서로 다른 봉 단위로 나란히 재보기로 했습니다. 5분봉 5년 구간 중 뒤쪽 절반(2024년 7월~2026년 5월)만 떼어 5분봉으로 다시 돌리니 필터 끈 기준선 −67%, 강한 필터 −41%였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같은 기간을 1분봉으로 돌리면 결과가 뒤집혔습니다. 필터 끈 기준선 +57%, 강한 필터 +91%였습니다.

같은 종목, 같은 기간, 같은 매수 규칙인데 봉의 단위만 다르게 넣었더니 손실과 이익이 갈렸습니다. 이 시점부터 원인이 시장 국면이 아니라 데이터 단위 자체에 있다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갔습니다.
진짜 원인 — 봉 크기가 손절선과 시간 제한을 다르게 계산했다
전략은 급등 뒤 거래량이 튀는 시점(vol_surge)과 거래량 가중 평균가(VWAP)를 기준으로 진입하고, 가격이 −1.5% 내려가면 손절, 25분이 지나도 목표에 못 미치면 시간 제한(타임스탑)으로 정리하는 규칙을 씁니다. 이 세 계산이 전부 몇 분짜리 봉을 기준으로 하는데, 봉을 5분 단위로 바꾸면 계산 자체가 달라집니다.
거래량이 튀는 시점(vol_surge)은 평소보다 거래량이 갑자기 늘어난 순간을 가리키고, 거래량 가중 평균가(VWAP)는 그날 거래된 물량을 가중치로 삼아 계산한 평균 가격입니다. 둘 다 특정 개수의 봉을 기준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봉 하나의 길이가 1분에서 5분으로 늘어나면 같은 이름의 지표라도 실제로 가리키는 값이 달라집니다.
- 손절선(−1.5%): 5분봉에서는 한 봉의 저가가 1분봉보다 더 깊이 내려갈 때가 많아 손절선을 더 깊이 뚫고 지나간다
- 시간 제한(25분): 1분봉 기준으로는 25개 봉이지만, 5분봉 기준으로는 5개 봉으로 끝나 정리 시점이 훨씬 빨라진다
- 실거래 반영: 실거래는 실시간 1분봉·틱 데이터로 돌아가므로, 5분봉에서 나온 이 붕괴는 실거래와는 무관하다
결국 봉만 바꿨을 뿐인데 손절은 더 크게 나고 정리는 더 빨리 되는, 원래와는 다른 열등한 전략이 된 것입니다. 데이터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봉 단위를 바꾼 우회가 전략 자체를 바꿔 버린 셈이고, 이 사실은 5분봉 결과만 따로 보면 절대 드러나지 않고 반드시 1분봉과 나란히 놓고 비교해야만 보였습니다.
5분봉 데이터는 버리고 체결 방식을 검증했다
정리하면 이번 조사는 3개 결론으로 요약됩니다. 5분봉 붕괴는 시장 국면이 아니라 타임프레임 아티팩트라는 진단, 체결 현실성은 오히려 강건하다는 확인, 그리고 이 전략을 실거래 검증 후보로 확정한다는 판단입니다. 그중 첫 번째 결론이 나오면서, 5분봉으로 여러 국면을 검증하려던 시도는 두 갈래 결론 모두 기각됐습니다.
- 5분봉의 −69%를 그대로 받아들여 전략을 접는 안 — 기각. 타임프레임 아티팩트라는 진단이 끝났고 실거래와 무관했다
- 5분봉의 결과를 2022~2023년 구간 강건성의 증거로 삼는 안 — 기각. 5분봉 전략은 사실상 다른 전략이라 원래 전략의 대리 검증이 될 수 없었다
대신 검증 방향을 바꿨습니다. 데이터가 부족해 여러 시장 국면을 역사적으로 검증할 수 없다면, 지금 있는 1분봉 구간(2024년 4월~2026년 5월) 안에서 실거래에 더 가까운 조건으로 검증하는 쪽으로 옮겨간 것입니다. 그중 하나가 체결 현실성 검증이었습니다.
완벽한 체결에서만 통하는 전략이었을까?
신호가 뜬 봉의 종가에 바로 체결된다고 가정하면 현실과 어긋납니다. 실제로는 신호를 확인하고 주문을 넣는 사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진입 시점을 신호봉 종가에서 다음 1분봉 시가로 한 단계 늦춰 다시 검증했습니다.
결과는 예상과 반대였습니다. 강한 필터 기준 수익률이 +91%에서 +131%로 올랐고, 위험 대비 수익을 나타내는 샤프 지수도 1.67에서 2.09로 개선됐습니다. 수익률 신뢰구간은 [0.11, 0.87]로 완전히 양수 구간에 들어왔습니다. "이 전략의 이점은 완벽한 체결에서만 존재한다"는 가설은 여기서 반증됐습니다.

이유를 뜯어보면 납득이 갑니다. 모멘텀이 터지는 봉의 종가는 급등 스파이크의 꼭대기에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한 박자 늦춰 다음 봉의 시가에 들어가는 편이 오히려 더 나은 진입가가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다중 사이클 검증은 데이터 구조상 불가능하다는 결론
조사를 종합하면 이 전략을 역사적 데이터로 여러 시장 국면에 걸쳐 검증하는 일은 지금 가진 데이터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1분봉은 2024년 4월부터만 있어 2022년 하락장과 2023년 횡보장을 담지 못하고, 그 구간을 담고 있는 5분봉은 봉 단위를 바꾸는 순간 다른 전략이 돼 대리 검증으로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전략은 단일 사이클(2024년 하반기 약세 구간과 2025~2026년 상승 구간, 강한 상승장에 올라탄 구간 포함)로만 검증 가능하다는 것이 데이터가 정한 상한이었습니다. 역사 데이터로 여러 국면을 검증하는 대신, 소액이나 모의투자로 실거래를 돌리며 다음 시장 국면을 실시간으로 쌓아가는 전진 검증(포워드 테스트)이 남은 유일한 경로였습니다.
전진 검증은 역사 데이터 검증보다 느립니다. 다음 하락장이나 횡보장이 언제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국면을 실제로 겪을 때까지는 이 전략이 하락장에서도 버티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데이터 자체가 없는 구간을 억지로 만들어낼 수는 없으므로, 소액이나 모의투자로 실시간 데이터를 쌓아가는 방식이 유일하게 남은 선택지였습니다.
재발 방지 — 봉 단위를 바꾼 백테스트는 다른 전략이라고 못 박아 둔다
이번 조사에서 남긴 장치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봉 단위를 바꾼 백테스트 결과를 원래 전략의 강건성 증거로 쓰지 않는다는 규칙입니다. 손절선·시간 제한처럼 봉 크기에 종속된 계산이 하나라도 있으면, 봉을 바꾸는 순간 별개의 전략을 검증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데이터 보유 기간의 한계 자체를 결정 기록에 명시해, 나중에 같은 데이터로 다시 다중 사이클 검증을 시도하는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이 전략은 결국 실거래 검증 후보로 확정됐지만, 남은 위험도 함께 기록해 뒀습니다. 검증이 단일 사이클과 상승장에 치우쳐 있다는 점, 그리고 승률이 약 10%에 불과해 소수의 큰 수익 거래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승률 10%라는 숫자는 열 번 진입하면 아홉 번은 손실이거나 본전이고, 한 번의 큰 수익이 전체 성과를 끌어올린다는 뜻입니다. 이런 구조는 그 한 번의 큰 수익이 앞으로도 반복될지가 불확실하다는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표본이 늘어나야만 이 재현성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전진 검증으로 시간을 들여 확인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이 판정은 실제로 이후 다른 조사에서 대형 종목 쏠림 문제가 드러나며 다시 뒤집혔습니다 — 검증 하나로 완전히 끝나는 사례는 드뭅니다. 이번 조사가 남긴 교훈도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데이터가 부족한 자리를 우회로 메우면, 그 우회가 만든 새로운 왜곡을 다시 검증하는 절차 없이는 결론을 확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비슷하게 실거래 데이터를 실측해 결론이 한 차례 뒤집힌 기록은 청산 방식을 실측해 결론을 뒤집은 기록에도 있습니다. 자동화 전략이나 파이프라인을 검증할 때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 판단이 필요하다면 상담에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