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플라이언스 담당자는 왜 기술과 규제 사이에 서게 되나
작은 금융회사에서 컴플라이언스 담당자는 규정만 읽는 사람으로 남기 어렵습니다. 상품을 만드는 사람,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 감독기관에 보고하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거나 서로 말이 잘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는 규정 문장을 시스템 조건으로 바꾸는 데 익숙하지 않고, 규정을 아는 사람은 시스템이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들여다보기 어렵습니다. 그 사이를 누군가 메워야 합니다.
이 글의 재료인 업무 기록은 짧습니다. 그래도 담당자가 스스로 정의한 역할은 분명합니다.
기술과 컴플라이언스의 가교 역할로 운영 안정성과 리포팅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가교라는 말은 듣기 좋지만, 실제로 무엇을 옮기는지 적지 않으면 아무 내용도 없는 말이 됩니다. 아래에서는 기록에 적힌 사실과 필자의 해석을 나눠 적겠습니다. 기록에 없는 장면을 지어내면, 확인한 사실만 말해야 하는 컴플라이언스 일의 원칙을 글이 먼저 어기기 때문입니다.
기록에 남은 업무는 무엇인가
기록에 남은 재직 기간은 세 구간입니다. 2022년 5월부터 2022년 10월까지는 매니저, 2022년 11월부터 2024년 8월까지는 책임매니저, 2025년 1월부터 지금까지는 과장으로 일했습니다. 같은 그룹 안에서 소속 법인이 한 번 바뀌었고, 중간에 공백이 있으며, 합산하면 약 4년입니다.

이 기간에 맡은 일로 기록은 세 가지를 적습니다. 자문 상품을 출시하는 단계의 컴플라이언스 검토, 감독기관에 내는 정기 보고서 작성, 내부 통제 프레임워크 운영입니다. 셋 다 틀렸을 때 회사 밖에서 문제가 터지는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세 업무는 주기도 다릅니다. 상품 검토는 새 상품이 나올 때마다 돌아오고, 정기 보고서는 달력에 맞춰 돌아오며, 내부 통제는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갑니다. 주기가 다른 일을 한 사람이 맡으면, 각 일을 어떻게 했는지가 그 사람의 기억 속에 따로따로 쌓이기 쉽습니다.
기술과 규제를 잇는다는 건 무엇을 옮기는 일인가
필자는 가교 역할을 두 방향의 번역으로 읽습니다. 한쪽은 규정 문장을 시스템이 확인할 수 있는 조건으로 바꾸는 일이고, 다른 쪽은 시스템이 내놓은 기록을 감독기관과 경영진이 읽을 수 있는 보고 문장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이 해석은 기록의 문구가 아니라 필자의 풀이입니다.

이 그림에서 위험한 자리는 가운데 칸입니다. 번역이 담당자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면 결과물은 남아도 번역 규칙은 남지 않습니다. 후임은 보고서 양식과 자동화 스크립트를 넘겨받지만, 어떤 규정 문장이 어떤 조건으로 바뀌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래서 같은 도구를 쓰는데도 판단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번역 규칙을 남기는 방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고 필자는 봅니다. 시스템이 확인하는 조건 하나마다 그 조건이 나온 규정 문장과 조항 위치를 옆에 적고, 보고서의 숫자 하나마다 그 숫자를 뽑은 시스템 기록의 위치를 적으면 됩니다. 이 두 줄이 있으면 후임은 도구를 열기 전에 왜 이 조건이 있는지부터 이해할 수 있고, 규정이 바뀐 날 어느 조건을 고쳐야 하는지도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광고 심의처럼 규정을 시스템 조건으로 옮긴 구체 사례는 금융 광고 컴플라이언스 검토를 자동화한 기록에 따로 적었습니다. 이 글은 그 도구보다 한 단계 바깥, 곧 도구와 절차를 누구의 것으로 남기느냐를 다룹니다.
운영 안정성과 리포팅 확장성은 왜 함께 잡기 어려운가
기록은 두 가지를 동시에 확보했다고 씁니다. 운영 안정성은 같은 일이 매번 같은 결과로 끝나는 성질이고, 리포팅 확장성은 보고 대상이나 항목이 늘어도 감당할 수 있는 성질이라고 필자는 풉니다. 둘은 자주 부딪칩니다. 감독기관의 요구가 늘어나는 시기에는 특히 그렇습니다.
보고 항목을 늘리려면 절차를 자주 바꿔야 하고, 절차를 자주 바꾸면 결과가 흔들립니다. 반대로 결과를 지키려고 절차를 굳히면 새 보고 요구가 올 때마다 손으로 덧붙여야 합니다. 손으로 덧붙인 부분은 다시 담당자 한 사람의 몫으로 남습니다.
필자는 이 충돌을 푸는 열쇠가 기록의 셋째 문장에 있다고 봅니다. 절차를 표준 문서로 적어 두면, 바꿀 때도 문서를 먼저 고치고 그다음 도구를 고치는 순서를 지킬 수 있습니다. 바뀐 내용이 문서에 남으니 안정성을 잃지 않고 항목을 늘릴 수 있습니다. 다만 기록에는 두 성질을 잰 숫자가 없습니다. 오류 건수도, 보고 항목 수의 변화도 없으므로, 동시에 확보했다는 말은 담당자의 평가로 읽어야 합니다.
자동화 결과물을 회사 자산으로 남기는 원칙은 어떻게 지키나
자동화 결과물을 개인 산출물이 아니라 회사 자산으로 남기는 것을 원칙으로, 작업 절차를 표준 문서로 정리하고 담당자 교체 시에도 재현 가능한 형태로 이관했습니다.
이 문장에는 행동이 세 가지 들어 있습니다. 원칙을 세웠고, 절차를 표준 문서로 정리했고, 재현할 수 있는 형태로 넘겼습니다. 어떤 저장 위치와 관리 규칙을 썼는지는 기록에 없으니, 여기서는 일반적인 기준만 적습니다.
-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담당자가 아닌 사람도 회사가 관리하는 위치에서 문서와 도구를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도구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규정 문장에서 나온 조건인지가 문서에 함께 적혀 있어야 합니다.
- 고칠 사람이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규정이나 감독 기준이 바뀌면 문서와 도구를 함께 고칠 책임자가 있어야 합니다.
- 돌려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문서만 보고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는지 다른 사람이 실제로 해 봐야 합니다.
넷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공유 폴더에 놓인 개인 메모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컴플라이언스 쪽 자동화는 규정이 바뀌는 날 낡습니다. 고칠 사람이 정해지지 않은 도구는 아무도 모르게 틀린 판정을 계속 내놓을 수 있고, 이 경우 도구가 없을 때보다 더 위험합니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재현된다는 말은 무엇으로 확인하나
재현 가능한 형태로 이관했다는 말은 목표를 밝힌 문장입니다. 재현을 실제로 확인했다는 문장은 아닙니다. 둘을 가르는 기준은 다른 사람이 문서만 보고 같은 결과를 냈느냐입니다.
확인하는 가장 싼 방법은 담당자가 아닌 사람에게 문서만 주고 한 번 돌려 보는 일이라고 필자는 봅니다. 그 사람이 멈춘 자리가 문서에 빠진 내용입니다. 정기 보고서라면 지난 회차 보고서를 다시 만들어 보게 하고 원본과 대조할 수 있습니다. 상품 검토라면 이미 검토를 마친 상품 하나를 골라 같은 결론이 나오는지 볼 수 있습니다.
작은 금융회사에는 후임이 따로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옆자리 동료나 외부 담당자에게 맡겨도 같은 시험이 됩니다. 시험에서 나온 질문은 말로 답하고 끝내지 말고 문서에 옮겨 적어야 다음 사람에게 남습니다. 반복 보고서를 단계별 문서로 옮긴 사례는 업무 매뉴얼 작성법: 담당자가 바뀌어도 보고서 품질을 지키려면에 적어 두었습니다.
세 업무마다 넘겨야 할 것은 무엇이 다른가
같은 담당자가 맡은 일이라도 후임에게 넘길 내용은 업무마다 다르다고 필자는 봅니다. 기록에는 업무 이름만 있고 무엇을 문서로 남겼는지는 없으므로, 아래 표는 필자가 만든 작성 예시입니다.
| 업무 | 후임이 가장 먼저 잃는 것 | 문서에 남길 내용 |
|---|---|---|
| 상품 출시 단계 검토 | 어떤 상품에서 무엇을 문제 삼았는지의 판단 근거 | 검토 질문 목록, 지난 검토에서 걸린 항목과 근거 조항 |
| 감독기관 정기 보고서 | 숫자를 어디서 뽑아 어떻게 맞췄는지 | 자료 출처, 집계 기준일, 지난 회차와 대조하는 항목 |
| 내부 통제 운영 | 점검을 언제 누가 했는지의 흐름 | 점검 주기, 점검 결과 보관 위치, 예외를 승인한 기록 |
필자의 작성 예시이며 해당 회사의 실제 문서 내용이 아닙니다.
상품 검토가 가장 넘기기 어렵습니다. 매번 상품이 달라서 절차보다 판단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은 단계를 적기보다 지난 검토에서 무엇을 왜 문제 삼았는지를 사례로 쌓는 편이 후임에게 쓸모 있습니다. 같은 질문을 다음 상품에도 던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기 보고서는 반대로 절차가 판단보다 앞섭니다. 회차마다 같은 숫자를 같은 기준으로 뽑아야 하므로, 자료 출처와 기준일만 정확히 적어도 재현에 가까워집니다. 자동화가 가장 먼저 들어가기 좋은 자리도 여기입니다. 내부 통제는 둘의 중간입니다. 점검 항목은 정해져 있지만, 예외를 언제 허용했는지는 사람이 판단합니다. 그 판단을 승인 기록으로 남겨 두지 않으면 후임은 왜 이 항목만 예외인지 알 수 없습니다.
세 업무를 한 문서 양식으로 묶으려 하면 어느 쪽에도 맞지 않는 문서가 나오기 쉽습니다. 판단이 앞서는 일은 사례집으로, 절차가 앞서는 일은 단계 문서로, 그 중간인 일은 점검표와 예외 기록으로 나눠 남기면 후임이 찾는 자리와 문서의 생김새가 맞아떨어집니다.
자동화 도구를 개인 계정에 두면 왜 위험한가
회사 자산 원칙이 가장 자주 무너지는 자리는 거창한 설계가 아니라 저장 위치입니다. 담당자가 혼자 만든 자동화는 보통 그 사람의 컴퓨터나 개인 계정에서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시험 삼아 만든 도구라 그 자리가 자연스럽고, 잘 돌아가기 시작하면 옮길 이유를 찾지 못한 채 업무의 한가운데로 들어옵니다.
이 상태로 담당자가 자리를 옮기면 세 가지가 한꺼번에 끊긴다고 필자는 봅니다. 도구에 접근할 권한이 사라지고, 도구가 어떤 자료를 읽어 어떤 결과를 냈는지 다시 찾을 길이 사라지고, 도구를 고칠 사람이 사라집니다. 금융회사라면 마지막이 특히 무겁습니다. 감독기관에 낸 보고서의 숫자를 나중에 다시 설명해야 할 때, 그 숫자를 만든 도구에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면 설명할 근거가 남지 않습니다.
기록에는 담당자의 재직 기간에 2024년 8월부터 2025년 1월 사이의 공백이 있습니다. 이 기간에 업무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남겨 둔 문서가 쓰였는지는 기록이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공백은 어느 회사에나 생깁니다. 휴직, 이동, 퇴사가 미리 정해진 날짜에 맞춰 오지 않으므로, 회사 자산으로 옮기는 일은 떠나기 직전이 아니라 도구가 처음 업무에 쓰이는 날 시작해야 합니다.
이 기록으로 증명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글에서 가장 정직하게 적어야 할 대목입니다. 기록은 원칙과 행동을 적었지만 효과를 잰 숫자는 적지 않았습니다.

담당자가 실제로 바뀐 적이 있는지, 바뀐 뒤 같은 결과가 나왔는지, 오류가 줄었는지, 보고 항목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기록에 없습니다. 그러니 이 사례는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 아니라 원칙과 구조를 세운 기록으로 읽어야 합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라는 기간도 원칙이 통했다는 증거가 아니라, 그 원칙을 세운 시간의 길이일 뿐입니다.
작은 금융회사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아래 순서는 위 기록에서 끌어낸 필자의 제안입니다. 해당 회사가 이 순서로 일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 틀렸을 때 회사 밖에서 문제가 터지는 업무 하나를 고릅니다. 감독기관 정기 보고서처럼 주기가 정해진 일이 시작하기 쉽습니다.
- 그 업무에 쓰는 자동화 도구와 손으로 하는 단계를 한 문서에 함께 적습니다. 도구만 적으면 도구 밖의 판단이 빠집니다.
- 도구가 확인하는 조건마다 그 조건이 나온 규정 문장을 옆에 적습니다.
- 규정이 바뀌면 문서와 도구를 함께 고칠 책임자를 정합니다.
- 담당자가 아닌 사람이 문서만 보고 지난 회차를 다시 만들어 봅니다. 멈춘 자리를 고칩니다.
- 회사가 관리하는 위치에 두고, 개인 계정이나 개인 컴퓨터에만 있는 도구를 없앱니다.
정리하면 컴플라이언스 담당자의 자동화는 잘 돌아가는 도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같은 판단을 내리게 하는 장치일 때 회사 자산이 됩니다. 이 기록은 그 원칙을 세운 쪽의 절반을 보여 주고, 재현을 확인하는 절반은 숙제로 남겼습니다.
규제 업무의 자동화 도구를 어떻게 문서로 남기고 누구에게 넘길지 정리가 필요하다면 상담에서 지금 하는 방식을 알려 주세요.